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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서 SF 문학과 여성 서사에 대해 말하다. 정보라 작가, "SF는 소수자에 대해 표현하기 가장 알맞은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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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서 SF 문학과 여성 서사에 대해 말하다. 정보라 작가, "SF는 소수자에 대해 표현하기 가장 알맞은 장르"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6.22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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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겟뉴스 김지현 기자] 서울국제도서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6월 21일 오후 4시, 삼성 코엑스 A홀 책만남홀3에서는 아작출판사가 주최하는 정보라 작가의 ‘SF 문학과 여성 서사의 출현’ 강연이 개최됐다.

정보라 작가는 현재 대학교에서 러시아와 SF 강의를 하고 있으며 SF와 환상 문학에 대한 집필 및 번역을 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아작 출판사에서 나온 ‘붉은 칼’, ‘저주 토끼’가 있으며 번역작으로는 역시 아작 출판사에서 나온 ‘그림자로부터의 탈출’과 ‘안드로메다 성운’이 있다.

강연중인 정보라 작가 [사진 = 뉴스페이퍼]
강연중인 정보라 작가 [사진 = 김지현 기자]

강연은 2013년 개봉한 산드라블록 주연 ‘그래비티’ 트레일러와 함께 시작됐다. ‘그래비티’의 주인공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다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우주 한가운데 홀로 남겨지게 된다. 사실 주인공은 딸이 있었지만 딸의 사망으로 지구로 돌아갈 이유가 없어져버렸다. 그러나 ‘그래비티’의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아 지구로 돌아온다. 정보라 작가는 ‘그래비티’의 주인공이 꼭 여성이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남성인 경우에도 자식의 죽음은 큰 사건이겠지만 여성에게는 더 핍절하게 다가온다. 산드라블록이 어느 인터뷰에서 “그래비티는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을 때 그래도 살기 위해 이유에 대한 영화”라고 했는데 주인공이 여성이기에 조금 더 절실했다고 전했다.

정보라 작가는 이러한 SF 여성 서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로 옥타비아 버틀러를 꼽았다. 미국에서도 드문 흑인 여성 SF 작가로 상업적으로뿐만 아니라 비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1947년 미국에서 태어난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여성이다. 한국에 소개된 저서로는 ‘블러드 차일드’(비채), ‘킨’(비채) 등이 있다.

옥타비아 버틀러에 나오는 SF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흑인 여성이다. 이를 통해서 소수자로서 살아가면서 자율성과 정체성을 찾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표현한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에는 주인공이 흑인 여성이라는 것이 명시된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 명시가 안된 경우에 독자는 화자의 말이나 묘사를 통해 주인공이 흑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그 순간 우리가 얼마나 백인 남성 주의 서사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여성 서사에는 소수자로서 여성이 당하는 폭력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으나 옥타비아 버틀러는 가학적 쾌감을 주지 않고 그 부당함을 글로써 고발한다고 정 작가는 말했다.

정 작가는 옥타비아 버틀러가 영문학사에 남긴 업적은 서구의 기본 서사를 재구성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의 기본 서사는 인간, 역사, 진실의 조합인데 여기서 인간은 백인 남성, 진실은 그리스도교 특히 개신교 교리 중심이다. 백인 남성 입장에서 인간이 무엇이고 백인 남성 중심의 역사와 진실이 무엇인지 다루는 것이 서구의 기본 서사라는 것이다. 옥타비아 버틀러가 인정받는 작품을 쓰면서 이 기본 서사를 뒤집었다는 이야기다.

강연중인 정보라 작가 [사진 = 김지현 기자]
강연중인 정보라 작가 [사진 = 김지현 기자]

정보라 작가는 “SF라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 세계관에서 여성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소수자들, 장애인, 퀴어, 난민, 인종적 소수자들 모두가 자신들의 의견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하며 SF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소수자에 대해 가장 표현하기 좋은 장르임을 강조했다. 또한 다수와 소수는 언제든 전복 될 수 있는 것으로, 인간의 정체성은 외적으로 정의되기 쉬우나 자연적인 차이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사회 활동을 조직하고 사회 활동에 대해 생각하는 카테고리”라고 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고 계속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어떤 성별이나 인종으로 맞춰져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것들을 볼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확대 되면서 소수자가 새로운 구성원으로 “출현”하고 있는데 정보라 작가의 ‘SF 문학과 여성 서사의 출현’ 강연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의 “출현”이라는 주제와 맞닿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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